강릉 가뭄 위기

2025. 9. 1. 23:17세금,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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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시가 2025년 여름, 1977년 오봉저수지가 건설된 이후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습니다. 

강릉시 생활용수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4.9%까지 떨어지면서 정부는 자연재해로서는 처음으로 재난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이번 가뭄은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기후변화 시대 물 관리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며, 해수담수화와 다른 지역과의 물 공급 연결 등 혁신적 대안의 필요성을 시급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가뭄 발생의 복합적 원인

지리적 특성과 푄 현상

강릉이 극심한 가뭄을 겪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태백산맥에 의한 '비그림자 지역'현상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영동지역은 태백산맥을 경계로 서족에서 오는 비구름이 산맥을 넘지 못하는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푄현상이 강릉 가뭄의 주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수증기를 포함한 공기가 태백산맥을 타고 올라가면서 서쪽 지역(영서)에 비를 뿌린 후, 산을 넘어 동쪽으로 내려올 때 고온건조한 바람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영서지역에는 충분한 비가 내리지만 영동지역은 오히려 더욱 건조해지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패턴

2025년 강릉의 가뭄은 과거와 다른 이상기후 패턴의 산물입니다. 

올해 강릉의 강수량은 404.2mm로 평년(983.7mm)의 41% 수준에 그쳤으며, 최근 3개월간 강수량은 평년 대비 41.5%에 불과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마른 장마'현상입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평년 대비 90% 이상의 강수량을 보인 것과 달리, 강원 영동지역만 60% 수준의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올해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이 단 하나도 없다는 점도 영동지역 가뭄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기형적 한계와 급속 배수

강릉을 포함한 동해안 지역은 급경사 지형과 좁은 하천폭이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물 저장 능력이 근본적으로 제한됩니다. 

비가 내려도 빗물이 저장되지 못하고 빠르게 동해로 흘러나가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김병식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급경사로 인해 비가 와도 빗물이 저장되지 못하고 빠르게 동해로 흘러나간다'며 돌발가뭄 조건인 강수량 부족과 폭염이 강릉에서 동시에 발생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물 공급 인프라의 구조적 문제

오봉저수지 의존도의 위험성

강릉시 물 공급 시스템의 가장 큰 취약점은 단일 수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입니다. 

강릉시 생활용수의 87%를 오봉저수지 하나에 의존하고 있어, 이 저수지에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도시가 물 부족 위기에 직면합니다. 

 

오봉저수지는 1977년 건설된 농업용 저수지로 원래 생활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강릉이라는 도시가 성장하면서 골프장 등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시설들이 증가한 반면, 공급되는 물의 양은 제한적이었던 것입니다.

 

대체 수원 개발의 지연

강릉시는 수자원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실현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총사업비 250억원이 들어가는 강릉 연곡면 지하수저류댐 건설이 추진되고 있지만, 현재 설계 단계에 있어 2027년이 되어야 완곡될 예정입니다. 

 

반면 같은 동해안인 속초는 2018년부터 '물 자립도시'를 내세워 쌍천 지하댐과 지하수 암반과정을 개발해 안정적 급수 상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속초는 강릉과 비슷한 강수량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워터감'같은 물 축제를 열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해수담수화 - 근본적 해결 방안의 가능성

정부의 해수담수화 검토 지시

이재명 대통령은 08월 30일 강릉 현장을 방문한 후 해수담수화 시설 건설을 장기 대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대통령은 '바닷물은 무한대로 있고 동해는 수질도 좋다'며 '담수 시설을 바다 인근에 지으면 원수를 확보할 필요는 없고 정수 시설만 필요해 비용이 더 쌀 것 같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아랍권에선 담수화 시설을 쓴다'며 '두산에너빌리티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해 전 세계에서 가장 싸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해수담수화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수담수화의 기술적 타당성

해수담수화 기술은 크게 다단증발법(MSF), 다중효용증발법(MED), 역삼투압법(RO) 등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한국 기업들은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중동 해수담수화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담수화 전력 소요는 5kWh/t, 에너지비는 약 200원/t 수준'이라고 설명했으며, 이는 기존 강릉의 원수 단가(t ekd 1,470원)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동해안의 지리적 우위

동해안은 해수담수화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동해 해저 심층수는 수질이 우수하며, 바다와 인접한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원수 확보와 시설 설치에 빠른 부대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해수담수화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가뭄에 대응할 수 있는 기후독립적 수자원이라는 점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강수량에 의존하지 않는 안정적인 물 공급원으로서,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극한 가뭄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타 지역 물 공급 연결의 현실과 한계

현재 시행 중인 응원급수

강릉 가뭄 사태 이후 여러 지역에서 응원급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춘천시는 하루 166t, 한국도로공사와 태백시는 각각72t, 46t씩 응원급수를 하고 있으며, 소방당국도 소방차 22대를 긴급 투입해 물을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가소방총동원령을 발령해 전국에서 소방차 71대를 강릉에 집결시켰으며, 하루 2,500t의 물을 총제정수장으로 급수하고 09월 01일부터는 대형 물탱크차량을 투입해 공급량을 3,000t으로 확대했습니다. 

 

응원급수의 구조적 한계

하지만 응원급수는 임시방편적 성격이 강합니다. 

강릉시는 모두 67대의 급수차량으로 하루 4,200t을 공급할 계획이지만, 오봉저수지 하루 사용량은 116,000t에 이릅니다. 

응원급수로는 전체 필요량의 3.6% 정도만 충당할 수 있는 셈입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단기적으로는 생활용수가 가장 시급한 상황이지만 운반급수 비용 등으로 인한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물 1t을 운반하는 비용은 정상적인 수도 공급 비용의 수십 배에 달합니다. 

 

도암댐 연결 방안의 검토

평창군 도암댐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잇지만 여러 제약이 있습니다. 

도암댐은 환경오염 등의 문제로 2001년부터 방류가 중단된 상태이며, 축산 폐수 등으로 인한 수질 염려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박창근 카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평창 도암댐 물을 농업용수로 돌리고 오봉저수지 물은 생활용 수로만 쓰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라고 조언했지만, 이는 중장기적 해결책으로 당면한 위기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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